스즈메의 문단속 후기
근로자의 날이라 주말이 하루 더 생긴 기분으로, 오랜만에 혼자 영화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무척이나 만족스러워서 써보는 후기! 개봉하고나서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개봉 전부터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주말에 보러 가자니 데이트해야 했다. (우리는 영화 데이트를 10개월 사귀면서 손에 꼽을 정로도 잘 안 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안돼 막차타야해!!"라고 생각할 때쯤 나에게 찾아온 휴일. 당장 예매했다. 당장 스즈메 예매해! 동생이 보고 오더니 카톡으로 당장 보라고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너무너무 재밌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내기준)
여의도 CGV에서 봤는데, U+멤버십으로 공짜로 봐서 더 기분 좋았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스즈메 후기
+ (나를 과몰입하게 만든 이유들)
➀ 영화의 배경
어쩌다 에타 HOT게시판에서 보게된 스즈메의 문단속 속에 녹아들어 간 이야기 스즈메는 소타와 함께 일본의 곳곳의 재난(지진)을 막기 위해 재난이 나오는 열려있는 '뒷문'을 닫는 일을 하게 되는데, 총 3번의 뒷문을 닫는 내용이 나온다. 그 뒷문은 지금은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마을에 존재한다. 이렇게 등장하는 세 번의 지역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재난으로 인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2011년 동일본 쓰나미, 2018년 에히메 산사태, 1995년 고베 대지진. 검은색으로 칠해진 스즈메의 3월 11일의 일기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동일본 쓰나미의 발생일이라고 한다. 뒷문을 닫기 위해서는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아서 돌려 잠거야 하는데 그 열쇠구멍은 주문을 외우고, 폐허가 되기 전의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을 떠올리고, 소중한 것들을 잃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어야 비로소 나타난다. 이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감동과 재미도 분명 있지만, 이렇게 뒤에 숨어있는 배경을 알고 보냐 모르고 보냐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물론 주문의 내용이나 작화 등으로 모르고 봐도 어느 정도 충분히 내용 유추가 가능한 수준으로 영화를 만들어놨지만 분명히 아무 생각 없이 고양이 잡으러 다니다가 문 닫고 사랑에 빠지기~라고 단순하게 본 별생각 없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나 나는 마지막 도쿄에서의 문 닫기에서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로 문을 열고 나가 끝끝내 돌아오지 못해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모아놓은 연출에 1차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무도 몰랐겠지, 오늘 재해가 일어날 것을 그 재해로 인해 내가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걸 (구글 지도 인공위성을 보면 미야기현 해안가를 비롯해 부근 지역들이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복구되지 못한 채 폐허가 되어있는 걸 알 수 있다. 너무 슬퍼헉....... 난 이 당시 11살 삼춘기의 초4였을 때인데, 그 어린 나이에도 후쿠시마 원전 같은 건 들어본 기억이 난다.,,,)
➁ 다이진의 서사
다이진은 규슈(스즈메의 거주지)에 박혀있던 뒷문을 열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요석이었는데, 스즈메가 이게 뭐지? 하면서 뽑아버리는 바람에 걸려있던 요석의 봉인이 풀려서 고양이의 형태로 풀려나게 되었고, 이후 스즈메의 집 창문에 나타나 스즈메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다이진은 정말 귀여웠지만, 보는 내내 소름돋았다. 나는 처음부터 다이진이 뒷문이 열리는 곳을 알려주려고 자신을 잡으러 오도록 만든 걸 깨달았지만 악역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진은, 소름 끼치는 순수 아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순진한 표정으로 스즈메! 할 때 무서웠어..) 이를테면 아이가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가 맘에 들어서 같이 단 둘이 놀고 싶은데 자꾸 친구 동생이 자꾸 같이 오니까 '동생이 없으면 둘이 된다!'는 단순한 생각에 차도에서 밀어버리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존재에 불만이 있었을 뿐인 거지, 개인에 대한 앙심이 있어서 저지른 건 아니야.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밖에 못하는 아직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공감과 배려를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 같았다. 한참 전의 조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사용한 것은 어느 정도 내가 말한 바를 의도하지 않았나 싶었음. 순수악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그럼에도 다이진은 순수했기 때문에.. 다이진이 스즈메를 좋아하고 따르고 함께 놀고 싶어 한 계기는 분명 스즈메가 멸치를 갖다 주며 '우리 집 아이가 될래?'라고 물어봐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이진은 그걸 자기를 좋아하고 받아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보여준 스즈메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표현 방식이 스즈메가 좋아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파괴하는 걸로 나타나서 결국 이어질 수 없었던 집사와 고양이의 운명이랄까.. 하여튼 스즈메가 먼저 우리 집 아이가 될래?라고 물어봐놓고는 그걸 잊고 (물론 소타를 의자로 만든 게 문제긴 했지만) 소타랑만 다니면서 다이진을 알아주지 않고 말도 안 지켰으니 다이진 입장에서는 얼마나 슬프겠어! 스즈메도 그걸 느껴봐야 해!라는 마음을 사다이진의 조종으로 이모가 대변해서 말해준 거라고 생각해. 엄마를 잃고 우는 어린 스즈메에게 이모가 정확히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우리 집 아이가 돼라'라고 해놓고는 원망하는 장면이 스즈메에게 혼란스럽게 다가온 것처럼 다이진도 그럴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소타가 더욱 소중 했던 스즈메...★ 소타가 다이진을 대신해서 요석이 되어버리니까 스즈메가 소타를 구하고 자신이 대신 요석이 되어버리겠다는 말에 결국 다이진이 체념하며 '나는 스즈메의 아이가 될 수 없었어'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 요석으로 변해버리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정말.. 너무너무 슬펐음..
➂ 죽음을 두려워하지않는 스즈메
여러 애니를 보면..대부분 치고받고 싸우고 다치고 죽고 하는데도 다들 용감하잖아. 근데 그것에 대한 직접적이 언급이 없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별 감흥이 없었는데,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 내가 여러 번 감탄한 게 스즈메는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를 직설적으로 말하고 대답했음. 특히 소타가 요석이 되고 나서 소타의 할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는 스즈메에게 '너는 죽는 게 두렵지 않나?'라고 물었었는데, 거기에 스즈메는 '죽고 사는 것은 운에 달려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지만 고등학생이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의 삶은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봄.. 그리고 그 대사 이후에 소타를 구해낼 때. '사실은 나도 살고 싶다'라는 속마음을 보여준 게 나는 죽음을 각오했지만 그럼에도 두렵고 살고 싶다는 양날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표현해서 너무 좋았다. (이런 서사 쥐약인 나....)
➃ 4살의 스즈메가 만난 사람
영화 제일 첫 시작 부분에 흰 천을 두른 여자가 엄마를 잃고 찾아 헤메는 4살의 스즈메를 만난다. (애니 n 년 시청 경력으로 '눈은 안 보여주는 연출하겠지, 영화 마무리로 이 여자가 누군지 나오고 엔딩 내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그대로라서 웃겼다 ) 그건 사실 미래의 뒷문 단속반 열여덟의 스즈메였고 스즈메는 과거의 자신에게 '나는 너의 내일이야'라는 세상 울컥하고 감동적인 말로 나를 울렸어... 4살의 스즈메는 지진으로 인해 엄마랑 헤어지고 사람들한테 본인의 엄마를 아냐고 물어보고 다녔는데.. 나는 어린 스즈메가 정말로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알면서도 외면하는 상태였다는 거 우리 엄마 아냐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하며,, 엄마가 나를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말에 결국 또 눈물..
➄ 혼자다니는 여자아이를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들
그래픽이 만들어낸 다정함이겠지만 뭐 어쨌든.. 혼자 짐도 없이 돌아다니는 여자아이에게 친절을 베풀고 관심을 가져준 수많은 사람들. 스즈메 엄마가 된 것 마냥 너무 감사했다. 이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영화가 좋았어. 잠깐이라도 껄렁대거나 스즈메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사람들을 등장시키지 않아서 맘에 들어.
➅ 의자로 변한 소타
너무너무 웃겼다. 영화 내내 내가 웃은 포인트는 다 의자인듯 영화관에서 다 같이 한 번 빵-터져서 웃었는데 하여튼 웃음 코드가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총평
영화관에서 돈 내고 다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또 오랜만에 너의 이름은이랑 날씨의 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등을 정주행 해야겠다고 맘먹음! 나는 이 일본 애니 특유의 몽글몽글함을 너무 사랑해 언젠간 일어 마스터가 되어서 자막 없이 보는 날이 오길 또 생각나면 추가적으로 적겠지만 갑자기 소타를 목숨보다 사랑하게 된 건 약간? 싶을 수도 있지만 그거 제외하고는(이것도 생사를 넘나들며 함께한 우정애라고 한다면 괜찮은 거 같기도) 모든 게 너무 취향이고 주워 먹을 것도 많은 영화였다. 무엇보다 급전개+주야장천로맨스가 아니라서 너무 좋았다... 난 로맨스가 주인 영화 싫어..! 최근에 본 게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 슬퍼서 펑펑 울긴 했지만(일단 죽는 건 슬픈 것..) 보는 내내 급전개에 머릿속에 물음표만 삼백만 번 떠올리다가 나옴 남자친구가 이런 영화엔 울어주지도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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